대구마라톤 전 마지막 장거리를 달렸다.

총 37.29km, 집 근처 공원을 26바퀴 돌았다.  

결승선을 지날 때까지 끈을 놓지 않아야겠지만,
마지막 장거리를 끝낸 후에는 특별한 후련함이 있다.

원래 25바퀴를 달릴 계획이었지만,  
마지막에 속도를 올린만큼 더 가빠진 숨을 여기서 고르고도 싶었고,
벤치에 놓아둔 조끼와 바람막이를 챙기기 위해  
26바퀴 째를 더 달렸다.  

마지막 장거리는 마라톤 페이스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분들이 많다.    

나에게는 거리를 채우는 것조차 늘 벅찬 일이었지만,  
작년 대구 마라톤을 앞두고 한 번 해봤다.  

거리는 채웠지만 속도는 맞추지 못했다.  

함께 달리는 주자들도 없고, 테이퍼링도 없고, 대회뽕도 없었다.
풀코스 대회보다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도 아마 이 훈련이 큰 도움이 되어 목표 기록을 넘어설 수 있었겠지만,

또 대회 전에 대회보다 더 큰 정신력을 쏟아붓고 싶지는 않았다.  

신정식의 5km 6세트는 중간중간 쉴 수 있어 조금 더 쉬워 보였지만,  
이 것도 대회를 뛰는 것보다 더 힘들 것 같았다.  

이미 만들어 놓고 대회를 뛰는 마라토너 정신이나 도전심이 부족한 건 아닌가 싶었지만, 

장거리 자체가 이미 도전이다

테이퍼링과 대회뽕의 힘은 강력하다

마라톤은 거리가 우선이다
속도 욕심 버리고 거리를 채우자

자기합리화를 했다.  

공원 가는 길 2.5km,  
공원 1.2km × 25바퀴 = 30km,  
돌아오는 길 2.5km
총 35km를 달릴 계획이었다.  

여력이 있다면 마지막 4~5바퀴 정도 속도를 올려보자
여력이 있었던 적은 없지만.

언젠가부터 엉덩이 아래 햄스트링에 부하가 금방 걸린다.  
출발 전부터 이 부위에 피로감이 있었는데,  
10바퀴도 채 되기 전에 신호가 왔다.  

사실 여기뿐만 아니라 온몸이 힘들었고,  
'겨우 10바퀴네, 어떻게 15바퀴를 더 뛰지?'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  

장거리 훈련은 역시 힘들다.  
역시 속도는 신경쓰지 않기를 잘했다.

조금이나마 덜 힘들게 뛰고 싶어서
사소한 새로움을 만들기로 했다.

몸을 돌려 14바퀴 째부터는 시계 방향으로 달렸다.

덜 지루하기도 하고 균형잡힌 달리기를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20바퀴를 뛸 때 남은 5바퀴를 어떻게 달릴지 고민했다

여력이 있는가? 아니. 없어. 하나도 없어. 힘들어 죽겠다.
그래서 계속 이 속도로 뛰어? 음. 그래도 어떻게 1바퀴만 올려보자.
1바퀴는 아쉽지 않겠어? 5바퀴는 힘들겠고 1바퀴가 뛰어지면 4바퀴까지 속도를 올리고 마지막 1바퀴는 쿨다운을 하자.

방향을 다시 익숙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바꾸고
땅!
템포를 올렸다.

여력은 하나도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달려졌다.  
내친 김에 1바퀴 더!
5바퀴 째도 페이스를 올렸다.  

1바퀴 쿨다운하고
횡단보도까지 나름 질주로 마무리!

오늘 달리기로 1월 마일리지는 452km가 되었다.
440km를 달린 작년 1월이 가장 많이 뛴 달이었는데 오늘로 바꼈다.

최근에는 얼마 전에 구매한 거의 아디오스 프로4를 신고 장거리나 스피드 훈련을 해왔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디비에이트 나이트로 엘리트 3를 신었다.  

디나엘3의 끝까지 살아 튕겨주는 미드솔은 정말 최고다.  

대구마라톤에는 디나엘3나 아프3 중 하나를 신을거다.  

겨울이 되면서 알리발 가슴 심박계를 차고 달리는데,  
장거리를 달릴 때마다 끈에 살이 쓸려 상처가 생긴다.  
명치 아래쪽에는 상처 지층이 쌓이고 있다.  
끈을 너무 느슨하게 했던 걸까?
아니면 알리발 심박계 끈이 안 좋은 걸까?  
다른 심박계를 사야 할까?

대구마라톤 기다려라!
아. 업힐 무섭긴 하네.

그렇지만
오늘은 후련하게 신나게!
장거리를 뛰면 배가 너무 고프니까

(보급은 양갱 5개, 물 1.15L 쯤, 양갱 6개 챙겨서 1개 남김, 2.5~5km 마다 양갱이랑 물 마심, 물은 500ml 2개는 조끼에 250ml 1개는 벨트에 챙겼는데 250ml는 없었어도 괜찮았을 듯, 겨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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