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제목과 주제도 마음에 들어서 읽기 시작함.

재미있을 때는 꽤 많이 재미있는데,

몰입 이야기만 나오면 지루해져서 1/4즈음 읽다가 말았음.

뒤에는 재미있어지려나? 그러면 안되는데. ㅎㅎ

후기를 찾아봐야겠다. 

 

 

 

조금 우습지만,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계기는 하루키였다. 달리기는 소설을 쓰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다고 한 그의 에세이를 읽고, 나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뛴다고 바로 글이 잘 써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는 풀렸다. 이후 안 풀리던 과제가 있어도 달리고, 직장 상사가 괴롭혀도 달리고, 아침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달렸다. 달리는 동안 내 일상을 방해하는 것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달리기는 귀찮고, 힘들다. 하지만 어느덧 습관이 붙었는지 아무리 진료가 힘든 날이었어도 그날 저녁에 30~40분은 쉽게 뛸 수 있다. 그러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잠도 잘 온다. 울적한 기분을 날리는 데 이만한 게 없다. 


자주 몰입하는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게, 더 큰 성취감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달리기를 하면 몰입을 경험할 기회가 매우 많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점에서 아주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대부분 생각하는 것과 달리 생애 최고의 순간들은 수동적이거나 수용성이 크지 않을 때, 혹은 편안할 때 찾아오지 않는다. (중략) 최고의 순간은 까다롭고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신체 혹은 마음을 한계 수준까지 확장시킬 때 찾아온다.

수많은 연구 결과를 종합해 사람들이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경우에만 돈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결론지었다Dunn, Gilbert & Wilson, 2011. 그와 같은 욕구가 충족된 이후에는 경험이 행복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경험의 질 또한 행복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목적의식이 높아지고 타인과의 관계가 개선된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더 큰 행복을
느낀다. 적극적인 참여가 행복의 핵심임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신이 그것을 이겨낼 수 있다고 느낄 때
사람들이 몰입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어떤 활동이나 여가 등을 즐길 경우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사람들은 수동적인 사람들보다 그 일에 푹 빠져들어 자기 자신과 인생에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런 결론은 우리의 직관적인 생각과 다소 상반된다. 대다수는 휴식을 취하고 쉴 때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데, 언제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이 주어지면 무언가에 푹 빠져 있거나 어떤 과제를 해결하느라 몰두했을 때라고 ‘응답’하는 경우가 더 많다.

지금 이 책을 집어든 독자들은 열정적인 달리기 애호가일 텐데, 그렇다면 여러분은 정말 행운아다. 달리기만큼 개인의 성장과 몰입 기회가 큰 스포츠는 거의 없다.

장거리달리기나 험한 길을 규칙적으로 한참 뛰다 보면 달리기가 끝날 무렵에 찾아오는 이 현상은 때때로 인터벌 트레이닝 중에 찾아오기도 한다. 희열이 물밀듯이 몰려오고, 훈련의 고통은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생각이 조금 더 맑아지고 깊어진다. 다리에 느껴지던 고통도 사라지고 영원히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마치 그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 기분은 달리기를 멈춘 후에도 지속된다. 몇 시간씩 이어질 때도 있다. 이러니 ‘러너스 하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최근 연구에서 러너스 하이라는 명칭과 꼭 어울리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현상을 일으키는 두 가지 주된 화학물질이 엔도르핀(모르핀과 유사한 오피오이드[아편제]의 일종으로, 중추신경계에서 생성된다)과 엔도카나비노이드(마리화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희열감을 느끼는 이유는 THC라는 성분 때문인데, 엔도카나비노이드는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THC에 해당한다)라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화학물질은 인위적으로 합성된 물질과 달리 정신
건강 측면에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결과와 관계가 있으며 생리학적인 중독이나 의존성을 유발하지 않는다Fetters, 2014.
엔도르핀이 천연 진통제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전전두피질 등 우리 몸의 특정 부위에서 분비되어 혈류로 유입되는 것은 장거리 달리기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외상에 대처하기 위한 당연한 반응임을 알 수 있다. 엔도르핀이 아편제 수용체의 결합 부위와 만나 결합하면 통증이 사그라들며 다른 모든 마약성 진통제와 마찬가지로 행복감을 증대시키고 스트레스가 신체에 끼치는 영향도 약화시킨다. 

달리기를 할 때 엔도카나비노이드가 만들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론이 제기되어왔다. 가장 유명한 이론은 인류가 수렵과 채집 활동으로 생존하던 시절부터 전해 내려온 진화적 부산물이라는 주장이다. 식량을 구하려면 열량을 추가로 태우고 다칠 위험도 감수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생성된 것이라는 설이다Gleiser, 2016. 개를 비롯해 장거리를 이동하며 먹이를 구하는 다른 동물에게서도 인간이 장거리달리기를 할 때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화학적 반응이 나타난다. 또한 이와 같은 반응은 격렬한
유산소 운동을 할 때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걸을 때에는 엔도카나비노이드의 생성량이 증가하지 않는다.
러너스 하이를 모두가 똑같이 느끼는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화학물질은 그날그날의 훈련 수준에 따라 좌우되며 다른 수많은 생리학적 요소의 영향도 받는다. 때로는 달리면서 날아다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만, 몸이 축축 처져서 얼른 끝내고 싶을 때도 있다.
러너스 하이와 몰입은 다른 개념이라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뇌의 화학반응에 일부 동일한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몰입은 심리사회적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고, 더 오랜 시간 한 가지 특정 목표에 집중할 때 나타나는 결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러너스 하이는 화학반응에 해당하며 별다른 노력 없이 효과가 지속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런 차이와 별개로 러너스 하이는 중요한 현상이다. 몰입은 수개월, 심지어 수년간의 훈련을 거쳐야 느낄 수 있는,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경험인 경우가 많다. 반면 러너스 하이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조금만 노력하면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 또한 러너스 하이를 꾸준히, 충분히 오랜 시간 느끼다 보면 궁극적으로 러너스 하이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몰입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노력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거나 수동적인 활동과 정반대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
수동적인 삶은 장기적으로 좌절감과 불안을 유발한다.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와 성취 가능한 도전 과제, 그리고 정확한 피드백이 반드시 필요하다. 

목표가 너무 높으면 불안감이 더 커지고 목표가 너무 낮으면 지루해지는 동시에 달리기를 계속하려는 욕구도 시들해진다.

지금 하는 활동에 중요성을 많이 부여할수록, 즉 더 중요한 가치를 우선시할수록 난이도가 높지 않아도 몰입을 경험할 가능성은 커진다.

목표가 비현실적이거나 애매모호할 때, 도전 과제가 감당하기에 벅찬 수준이거나 너무 시시할 때, 달릴 때마다 피드백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몰입 가능성이 작아진다. 

자신을 상대로 경쟁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 못지않게 몰입을 유도하는 힘이 강력하다. 

완벽주의자는 항상 능수능란하게 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행위나 행동을 과도하게 엄격한 눈으로 바라본다. 심하게 비판적인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고,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정신이 산만해지고, 자신이 이룩한 훌륭한 결과에 주목하기보다 남들이 이룬 큰 성과에 집중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자의식을 내려놓거나 차분해지기가 어렵다.

몰입은 세 가지 선행 단계와 여섯 가지 처리 결과를 합한 아홉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선행 단계에는 명확한 목표, 해결 과제와 기술의 균형, 정확한 피드백이 포함되며, 처리 결과는 주의집중, 행동과 인식의 융합, 통제력, 자의식의 상실, 시간 개념의 왜곡, 자기 목적성(내적 동기부여)로 이루어진다. 


그만 읽을래. 21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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